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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채원

<수신>
39.4x54.5cm
종이에 오일파스텔 채색
2026

1902, 파블로 피카소의 ‘blue nude’를 참고했다. 피카소는 절친했던 친구의 자살 이후에 깊은 슬픔에 빠져서 3-4년간 푸른색을 주된 색조로 사용한 그림을 그렸다. 먼저 이 작품에서 인물에 자세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 여인은 몸을 웅크리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나도 고립되고 고뇌하는 인물의 모습을 표현했다. 피카소는 푸른색을 지배적으로 사용하여 입체감과 깊이를 만들어냈는데, 나는 물이나 욕실 등 푸른색이 연상되기 쉬운 소재를 사용했지만 푸른색을 지배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았다. 그림을 보면서 우울감이 지배적인 감정으로 느껴지지 않았으면 해서이다. 피카소가 그림을 통해 인간이 가진 근원적 슬픔과 외로움을 표현한 것처럼 나도 자아의 한칸을 구성하고 있는 결핍되고 열등한 자아를 표현하고자 했다.

나를 씻는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 나에게 이 시간은 오롯이 홀로 존재하며 나의 생각으로만 내면을 채우는 시간이다. 목욕하는 동안 나는 내 몸을 돌보고 작은 마음을 들여다보며, 하루 동안 견뎌온 삶의 무게를 함께 닦아낸다. 나의 행실을 돌아보고 부족함을 성찰하며 스스로를 수양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점점 가라앉는 듯한 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얼마나 크나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가. 나는 이 그림을 통해 나의 어린 자아를 직면하고, 그런 나를 담담히 받아들이고자 했다. 한번 더 용기내어 나를 사랑해보고자 해서. 흐릿했던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찰나처럼, 외곽이 불투명하고 색들이 뭉개진 듯한 느낌을 구현하기 위해 '오일파스텔'이라는 재료를 선택했다. 여러 색을 겹겹이 쌓아 올리는 채색 방식을 통해 작품 속 인물이 느낀 복합적인 감정을 나타내고자 했다. 실제의 욕실은 흰색이지만, 작품 속에서는 낡고 벗겨진 모습으로 표현했다. 나를 바라볼 때면 아름다운 모습보다는 지저분하고 부족한 모습이 먼저 보이기 마련이기에, 욕실을 인물의 마음이 투영된 얼룩덜룩한 공간으로 보이도록 표현했다. 욕실 속 인물의 시선으로 본 세상은 결코 밝고 아름답지 않기에 여러 색을 뒤섞어 그 복잡한 심경을 담았다. 작품 속 인물은 내면의 공허함과 열등감을 상징하기에 풍족한 모습이 아닌, 왜소한 모습으로 그려냈다. 웅크리고 고뇌하는 자세는 외부 세계를 차단한 채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이기적인 자아를 의미한다. 오직 내가 되는 시간 동안만큼은 내 감정에만 온전히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욕은 비록 작고 불완전한 나일지라도 정성스레 돌보고, 그 과정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하는 시간이다. 구도 면에서는 감상자가 인물의 어깨 너머를 함께 바라보는 듯한 시점을 취했다. 감상자가 작품 속 인물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며 같은 감정을 느끼길 바랐기 때문이다.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품고 있는 지저분하고 외로운 방을 이 그림을 통해 마주하고, 그 마음을 정성스레 닦아내길 바란다. 그 일이 쉽지 않아도, 오늘도 내일도 용기내기를 바란다.

© <EWHA GIRLS' ART> OF EWHA GIRLS' HIGH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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