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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나경

<좋은 사람>
39.4x54.5cm
아크릴, 파스텔, 퍼티, 비즈
2026

상처를 다뤄야겠다는 생각이 든 후 손파 작가님을 알게 되어 그분의 작품과 작품세계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손파 작가님의 상처는 어린 시절 겪은 두려움의 잔해였다. 그 상처는 어른이 된 후에도 사라지지 않아 작가님은 칼날 위에 선 것 같은 위태로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마치 뾰족한 무언가가 자신을 찌르는 것 같은 고통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어느날 이 고통을 직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날카로운 도구들로 작업을 하기 시작하셨다. 초반엔 타이어의 표면을 자신의 피부라 생각하고 상처를 내며 일종의 자학과도 같은 예술을 하셨다. 시간이 지나며 침, 연필, 바늘 등의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작품 활동의 경계를 넓혀 가셨다. 작가님의 작품은 다루기 어려운 물성의 재료의 사용을 통해 자유로 나아가는 특징을 가진다. 독특한 재료를 내재화하며 도전과 탐구의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다. 긴 시간이 흐르고 작가님은 비로소 상처로부터 자유로워 지셨고 이젠 상처로부터의 해방이 아닌 그저 재료가 흐르는 대로 작품 활동을 이어 가신다고 한다. 이분의 철학을 통해 처음 써보는 재료에 대한 두려움을 누르고 내가 다루려는 상처를 어떻게 하면 솔직하게 고백하고 그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 결과 퍼티 뿐만 아니라 작품에 쓸 거라 생각하지 않았던 비즈들도 추가했고, 상처입은 살 자체를 작품의 틀로 삼게 되었다

작품의 가장 큰 주제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에서 우리가 입는 상처이다. 첫번째로 작품의 튀어나온 모양을 살펴보면 꼭 기하도형들의 형태에 변이가 일어난 듯한 기이한 모양이 보인다. 실제로 이 문양을 구상할 때 여러 원들을 그려 놓고 그 형태를 늘리고 줄여가며 도안을 기획했다. 이러한 변형된 문양은 이 작품의 가장 기본적인 틀로 자리잡는데, 이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나라는 원을 깎고 늘려가다 결국 가장 근원적인 나 다움을 잊는 우리들을 표현했다. 두번째로 작품을 보면 작품 전체가 사람의 피부 와도 같고, 그 위에 많은 상처들이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나 다움을 잊고 살아가는 우리들이 나 자신에게 내는 상처이다. 몇 몇 문양들은 수술자국과도 같은 점들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나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받는 인위적인 강요들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작품을 둘러싼 검붉은 실은 수많은 상처로 위태로워진 나를 간신히 붙잡아주는 존재들을 생각하며 추가했다. 이 작품을 구상하고 제작하며 그간 좋은 사람이라는 틀에서 끝까지 벗어나지 못했던, 그래서 결국 나를 사랑하는 법마저 잊어버린 나와 내 주변의 소중한 이들을 많이 떠올렸다. 고등학생이 되고 곧 성인이라는 낯설기만 한 문턱의 끝에서 우린 '나를 사랑하자'는 지루한 말의 무게를 점점 더 실감한다. 좋은 사람의 기준조차 모르지만 미움 받을 용기는 더 모르겠기에 분명 이 순간에도 당신은 자신을 깎고 늘리고 숨겨가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으로 고백하고, 위로하고 싶었다. 나 또한 그런 존재라는 것을 적나라한 작품의 모습으로 고백한다. 그리고 좋은 사람이 되지 않아도, 좋은 인생을 살지 않아도, 좋은 환경에 있지 않아도 누군가는 당신이 그저 행복하고 싶은 한 인간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 <EWHA GIRLS' ART> OF EWHA GIRLS' HIGH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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