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예은
<Young God>
39.4x54.5cm
나무패널에 아크릴물감 채색
2026

한 소녀가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위에 누워 있는데, 주위에 금이 간 걸 보면 방금 그 위로 떨어진 것 같다. 소녀는 손가락으로 ‘V’를 만들고 표정은 씁쓸하면서도 피곤해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다. 헝클어진 긴 머리카락이 주위에 퍼져 있어서, 시선이 자연스럽게 작품의 가운데인 그녀의 얼굴로 간다. 소녀의 눈은 밝고 강한 초록색이고, 교복을 입고 있다. 파란색 셔츠랑 조끼, 바지가 빨간 넥타이와 대비된다. 교복을 입은 모습이 교복의 단정한 느낌이랑 다르다. 셔츠 소매랑 깃이 풀려 있고, 넥타이도 목에 느슨하게 되어 있다. 머리카락이랑 옷이 다 젖어 있다. 소녀가 누워 있는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은 빨강, 주황, 노랑 색이다. 큰 노란색 원을 주황색이 둥글게 감싸고 있어서 태양처럼 보이고, 거기서 빨간 유리가 햇빛 같이 바깥으로 뻗어 나간다. 빛은 창문 뒤에서 들어오는데, 그래서 유리가 불처럼 빛나고 소녀가 마치 그림자 속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창문에서 제일 많은 색인 빨간색은 소녀의 눈동자 색인 초록색의 보색이다. 그래서 그녀의 눈이 더 잘 보이고, 소녀랑 배경 사이에 대비가 생긴다. 이 부분은 이 작품의 의미하고도 연결된다.
이 작품은 원래 그래픽 노블 표지에 들어갈 콘셉트 아트로 만든 것이다. 그래픽 노블 제목은 “Young God“인데, 주인공인 소녀 레오노르(Leonor)에 대한 이야기다. 레오노르는 갓 태어난 신인데, 그녀가 가진 능력 때문에 한 종교 집단의 상징적인 존재로 세워진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태어날때 주어진 능력 때문에 따라오는 기대와 책임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그녀의 이런 내적 갈등을 보여주려고, 저는 종교의 상징인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배경에 따뜻한 색을 썼다. 이건 그녀의 차가운 색이랑 젖어 있는 모습 둘 다랑 대비된다. 저는 배경이 마치 열을 뿜어내는 것처럼 답답한 느낌이 나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녀가 창문 위로 떨어져서 창문에 금이 가 있는데, 이건 그녀가 자신의 신으로서의 위치랑 거기 따라오는 숭배를 거부한다는 걸 보여준다. 레오노르의 디자인은 맹그로브 나무에서 가져왔다. 맹그로브는 생태계에서 엄청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속의 오염 물질을 걸러줘서 수질을 유지하게 해주고, 탄소도 많이 흡수하고, 해안선을 침식이랑 폭풍 해일로부터 보호해준다. 어떻게 보면 맹그로브가 자기 서식지를 지켜주는 게, 신인 레오노르가 자기를 따르는 사람들을 지켜줄 거라고 기대받는 거랑 비슷하다. 나는 맹그로브 뿌리의 독특한 모양을 레오노르의 길고 엉킨 머리카락에 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