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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강세린

<백합>
54.5x39.4cm
종이에 수채화, 색연필
2026

이 작품의 참고작은 괴테의 동화 <초록뱀과 아름다운 백합>(1795) 이다. 독일 낭만주의와 고전주의 철학, 연금술적 이미지, 인간 정신의 성장 같은 요소가 섞여 있어서 해석이 정말 다양하다.
동화의 대략적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두 세계가 존재한다. 한쪽은 현실적이고 평범한 세계이며, 다른 한쪽은 신비롭고 이상적인 세계로 묘사된다. 사람들은 강을 건너기 위해 뱃사공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어느 날 황금 조각으로 인해 사건이 시작된다. 초록뱀은 땅속을 다니며 비밀을 알고 있는 존재로, 우연히 황금을 먹은 뒤 몸이 빛나게 된다. 이후 지하 신전과 여러 신비로운 존재들을 만나게 되고, 강 건너에 있는 ‘아름다운 백합’의 존재를 알게 된다. 백합은 매우 아름답고 신성한 존재이지만, 그녀가 손을 대는 모든 생명체는 죽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와도 가까워질 수 없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 젊은 왕자는 백합을 사랑하지만, 그녀에게 닿는 순간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후 초록뱀은 스스로를 희생하여 다리가 되고, 여러 존재들의 도움으로 왕자는 다시 살아난다. 마지막에는 강 위에 영원한 다리가 세워지며 서로 분리되어 있던 두 세계가 연결된다. 또한 왕자와 백합 역시 마침내 함께할 수 있게 된다. 작품 속 백합은 단순한 공주와 같은 존재가 아니라, 이야기 전체에서 중심적인 의미를 지닌 인물로 등장한다. 백합은 인간이 도달하고자 하는 완전함과 진리, 그리고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완전한 존재이기에 현실 세계와 직접 맞닿을 수 없으며, 그녀에게 닿는 순간 죽음이 따른다는 설정 역시 이러한 특징을 보여 준다.

이 작품은 괴테의 동화 <초록뱀과 아름다운 백합>(1795) 속 아름다운 백합을 의인화한 인물을 모티브로 한다. 작품 속 백합은 단순히 아름다운 존재가 아니라, 너무 순수하고 완전하기에 오히려 타인과 가까워질 수 없는 존재로 등장한다. 나는 이러한 설정이 현대 사회 속 인간관계와도 닮아 있다고 느꼈다.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지기를 원하지만, 각자의 상처와 불안, 이상 속에서 쉽게 닿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독한 아름다움’과 ‘닿고 싶지만 닿을 수 없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화려하고 채도 높은 색을 사용하여 작품 속 백합을 평범한 꽃이 아니라 아름답고 매혹적이지만 외로워 보이는 이미지로 그려냈다. 아름다움은 완전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려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겉으로 보이는 순수함이나 아름다움만을 동경하기보다, 타인과 진심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희생과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 <EWHA GIRLS' ART> OF EWHA GIRLS' HIGH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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