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은비
<무기력의 흔적>
39.4x54.5cm
종이에 펜, 물감
2026

이 그림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깊은 슬픔과 무기력에 빠진 사람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방 전체가 한눈에 보이도록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구도로 그려서, 답답하고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을 강조했습니다. 방 안을 자세히 보면 열심히 노력했던 흔적인 문제집이나 컴퓨터도 보이지만, 좌절한 후에 손을 놓아버려 지저분해진 쓰레기와 헝클어진 이불이 마구 섞여 있습니다. 저는 이 복잡한 풍경을 다른 색 없이 오직 날카로운 펜 선과 검은색 물감의 대비로만 빼곡하게 채워 넣었습니다.
저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지만, 계속 잘 안 풀려서 결국 깊은 무기력함에 빠진 사람들의 아픔을 표현하고 싶어서 이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수록 그것이 실패했을 때 찾아오는 허탈감과 실망감은 정말 큰데, 스스로를 돌볼 힘조차 잃어버린 채 방안에 누워버린 모습을 솔직하게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화려한 색깔을 쓰지 않고 오직 펜과 검은 물감만 사용한 이유는, 무기력에 빠진 사람의 눈에 비친 세상의 어두움과 마음속의 텅 빈 공허함을 묵직하게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지러운 방 안의 소품들과 대비되게 인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있게 그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상태를 더 돋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단순히 지저분한 방을 보는 게 아니라, 일이 뜻대로 안 되지 않아 방에 숨어버린 사람들의 지친 마음에 공감하고 무언의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완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