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하민
<칠조룡>
54.5x39.4cm
종이에 색연필 채색
2026

참고 작품은 근정전 천장에 그려진 칠조룡과 주변 단청 문양이다. 근정전은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의 정전으로, 국가의 중요한 의식과 조회가 이루어지던 공간이다. 천장 중앙에 배치된 용은 왕권과 국가의 권위를 상징하며, 특히 일곱 개의 발가락을 가진 칠조룡은 궁궐 건축 가운데에서도 가장 높은 위계를 나타낸다. 또한 용 주변의 구름과 화려한 문양은 하늘의 질서와 국가의 번영, 왕조의 안정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천장에 사용된 붉은색, 푸른색, 노란색을 중심으로 한 단청의 색채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전통적인 오방색 사상을 바탕으로 한다. 붉은색은 생명력과 권위, 푸른색은 성장과 희망, 노란색은 중심과 조화를 의미하며, 이러한 색의 조합은 국가의 안정과 번영을 기원하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이 장식이 존재했던 조선 말기와 대한제국 시기는 외세의 간섭이 심화되고 국권이 흔들리던 시기였다. 그러나 근정전 천장의 용과 단청은 그러한 현실 속에서도 국가의 존엄성과 자주성을 유지하고자 했던 이상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이상은 결국 일제강점기로 이어지는 역사 속에서 온전히 실현되지 못하였다.
본 작품은 근정전 천장의 칠조룡과 주변 문양을 옮겨 그린 기록 일부가 찢기고 불에 그을린 것처럼 표현하였다. 원래 근정전 천장의 용과 화려한 단청은 당시 조선이 꿈꾸었던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국가의 이상을 상징한다. 밝고 선명한 색채는 왕조의 번영과 안정,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나타낸다. 나는 이러한 상징을 통해 조선이 마지막까지 지키고자 했던 국가적 이상과 자긍심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작품 속 문양들은 완전한 모습으로 남아 있지 않다. 찢어지고 훼손된 흔적은 결국 실현되지 못한 그들의 이상과 외세의 침략 속에서 무너져 간 현실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손상이 아니라, 국권을 잃어 가던 시대가 남긴 상처를 상징한다. 또한 실제 근정전 천장은 지금도 존재하는 입체적인 건축물이지만, 본 작품은 그것을 종이 위에 옮겨 그린 기록의 형태로 표현하였다. 이는 우리가 그 시대를 현재가 아닌 역사로 만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화면의 훼손은 과거의 비극이 시간 속에서 희미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역사적 흔적으로 남아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따라서 이 작품은 조선이 꿈꾸었던 이상과 그것이 무너져 간 현실, 그리고 그 기억이 역사로서 현재의 우리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표현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