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호
<암전 속의 개화>
39.4x54.5cm
종이에 색연필, 수채화 채색
2026

본 작품을 구상하면서 미술사적으로 대비 및 영감을 얻은 참고 스타일은 17세기 네덜란드 바로크 시대의 '바니타스 정물화', 특히 라헬 라위스나 얀 반 하이숨의 어두운 배경의 화훼 정물화이다.
참고 유파 및 특징: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는 주로 칠흑 같은 어두운 배경을 바탕으로, 빛을 받는 꽃과 정물을 극적으로 대비시켜 표현했다. 당시의 작품들은 화려하게 피어난 꽃을 통해 역설적으로 '인생의 허무함(바니타스)'과 '시간의 유한함'을 경고하는 상징적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극대화되는 사물의 디테일과 강렬한 명암 대비가 특징이다.
본인 작품과의 비교분석: 본인의 작품 역시 딥블랙의 어두운 배경을 전면에 배치하고, 그 위에 화려하고 원색적인 꽃들을 배치했다는 점에서 바로크 정물화의 시각적 구도를 차용했다. 그러나 과거의 정물화가 '죽음과 허무'를 노래했다면, 본인의 작품은 어둠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뿜어져 나오는 '생명력의 분출'과 '내면의 스펙트럼'을 표현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주제의식의 차별성을 지닌다. 과거의 명암대비 기법을 현대적인 색채 감각(네온 톤의 블루, 퍼플, 레드)으로 재해석하여 시각적 몰입감을 높이고자 했다.
이 작품은 보이지 않는 어둠과 압박 속에서도 스스로 빛을 발하며 피어나는 고3 시기의 내면 에너지를 시각화한 드로잉이다.
비현실적 연출을 통한 감정의 시각화: 작품 속 꽃들은 실제로 모두 다른 종류로, 한 줄기에서 동시에 피어나는 모습은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작품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핵심 요소이다. 고3이라는 시간을 겪으며 하루에도 몇 번씩 우울과 불안, 혹은 열정과 희망 등 양극단을 오가는 다채로운 감정들이 결국 '우리 마음'이라는 단 하나의 줄기(근원)에서 피어나고 있음을 연출한 것이다.
강렬한 색채가 지닌 역설적 의미: 마음속 깊은 곳의 우울과 불안 같은 강렬한 감정들을 회색빛이 아닌, 오히려 눈이 부실 정도로 강렬한 채도의 색채를 가진 꽃으로 표현했다. 지금 당장은 힘겹고 어둡게만 느껴지는 이 불안과 힘듦이, 사실은 우리 내면에서 '꽃'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정신적 산물을 치열하게 만들어내고 있는 과정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인생의 전반을 꽃이 피어나는 하나의 커다란 줄기라고 가정한다면, 어쩌면 수많은 감정이 치열하게 부딪히는 '지금 이 순간'의 줄기가 인생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시절일지도 모른다. 관람객들이 어둠과 대비되는 꽃들의 생동감을 통해, 현재 겪고 있는 아픔이 자신을 완성해가는 찬란한 개화의 과정임을 깨닫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