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예나
<막연한 믿음>
54.5x39.4x17cm
폼보드, 도화지, 색연필, 물감
2026

참고작품은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이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귀신이 들린 쿠로이 저택을 호텔로 개조하려는 사업가 가네코가 귀신들을 퇴마하려다 실패하고, 그 과정에서 귀신을 볼 수 있는 시계 수리공 해웅이 저택에 들어가 얽히는 이야기이다. 해웅은 저택에 갇혀버린 탓에 탈출을 위해 저택 지박령 옥희와 여러 원귀들의 한을 풀어주고 성불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들이 성불하기 위해 단서를 찾는 과정에서 모두가 과거의 상처를 마주하고 성장해간다. 귀신들이 등장한다는 소재와 극 초반 부분 때문에 공포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알고보면 음악 장르가 팝, 브릿팝, 재즈, 보사노바, 국악 등 다양하며, 코믹하고 재치있는 안무와 유쾌한 분위기가 매력인 코미디 장르의 작품이다. 생각보다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여러 이야기가 얽혀있지만, 서사 구조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호평을 받는 작품이다.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중에는 ‘막연한 믿음’이라는 넘버가 있다. 이 곡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돼서 멈출 때, 영원히 일이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순간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언젠가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과 막연한 믿음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넘버가 전하는 위로와 희망에 인상을 받아서 작품의 주요 모티브로 활용하였다. 문이 있지만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무대를 통해 폐쇄적이고 어두운 저택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인물들의 두려움과 고립감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이는 단순히 갇힌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와 불안, 그리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닫혀버린 사람들의 내면을 상징한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저택은 막막한 현실 속에서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갈 방법을 찾아내고 과거의 상처를 마주하며 성장해 나가는 주인공 해웅과 옥희의 모습을 상상하며, 당장 출구가 없고 막막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믿음과 희망을 가지고 나아가면 언젠가는 스스로 그 출구를 열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를 담아 작품을 제작했다. 또한 뒤틀어진 모양의 문과 기울어진 무대 등 왜곡된 공간으로 귀신이 사는 저택의 신비롭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와 등장인물들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이런 분위기와 나무 질감 등을 섬세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색연필과 물감을 사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