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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은

<멈춘 시간 속의 앨리스>
39.4x54.5cm
종이에 수채화 물감, 색연필, 연필, 화이트 젤팬
2026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은 앨리스가 토끼굴을 통해 떨어진 기괴한 세계에서 겪는 모험을 다룬다. 책을 읽는 언니 옆에 앉아있던 앨리스는 말을 하는 토끼가 토끼굴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에 따라 들어간다. 그곳은 무엇을 먹거나 마시면 몸이 줄어들기도 하고, 커지기도 하고, 웬만한 동식물들은 모두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는 이상한 나라였다. 괴기스럽기까지 한 굴속 세계에서 여러 존재들을 만나며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에 때로 놀라기도 하고, 안타까워 하기도, 화가 나기도, 지루해하기도, 이해할 수 없기도 하며 땅 속 왕국에서의 모험은 계속되어 간다. 그러던 중 우연히 여왕의 크리켓 경기에 참여하게 되고, 홍학을 스틱으로 고슴도치를 공으로 사용하며 카드 병정들을 포개어 골대로 사용하는 우스꽝스러운 경기 후, 재판에 휘말려 여왕에게 참수형을 선고받고 달려드는 카드 병정들을 뿌리치다 잠에서 깨어나게 된다. 이 모든 것이 꿈이었던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와 동시에 기괴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인상 깊었던 동화였다. 작품을 읽고 깊게 생각해보며 이 이야기가 혼란스러운 세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성장 이야기라는 점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특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과 비논리적인 세계 속에서도 끊임없이 질문하고 스스로를 이해하려 하는 앨리스의 모습이 현실 속 청춘의 모습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는 단순히 동화적인 장면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앨리스가 느꼈을 혼란과 불안, 호기심, 그리고 성장의 감정까지 함께 표현하고자 하였다.
작품의 중심에 크게 배치한 회중시계는 원작 속 흰 토끼의 시계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끝없이 흘러가는 시간과 불안감을 상징한다. 시계 안에 여러 사물들을 뒤섞어 배치한 것은 이상한 나라의 비논리적이고 혼란스러운 세계를 표현한 것이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사물들이 자유롭게 떠다니는 모습은 이상한 나라 특유의 기묘한 분위기를 나타내는 동시에 현실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세계를 꿈꾸는 마음 또한 드러내고 있다.
찻주전자와 모자, 약병, 열쇠 구멍, 드레스 등의 오브제들은 작품 속에서 앨리스가 겪는 사건들을 상징한다. 찻주전자는 끝없이 반복되는 티파티와 시간에 갇힌 세계를 의미하고, 약병과 열쇠구멍은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선택과 호기심을 나타낸다. 이러한 오브제들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과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하였다.
작품 전체를 어둡고 신비로운 분위기로 구성하면서도 빨간색과 보라색 등 강렬하고 화려한 색을 사용하여 동화적이고 몽환적인 감성을 함께 표현하고자 하였다. 배경을 검은색으로 표현한 것은 현실 세계의 불안정함과 알 수 없는 미래를 의미하며, 그 안에서 빛나는 시계와 오브제들은 혼란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향을 찾아가려는 모습을 상징한다.
수채화 물감은 색이 자연스럽게 번진다는 특징을 활용하여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표현하는 데 사용했다. 색연필은 시계와 오브제의 세밀한 표현을 위해 사용했고, 연필은 전체적인 형태와 명암을 스케치하기 위해 사용했다. 흰색 젤펜으로 반짝이는 효과를 내서 분위기를 더욱 강조하고자 했다.
나는 이 작품을 보고 단순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리는 것을 넘어 앨리스가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세계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향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그 과정에서 감정들을 함께 느끼기를 바란다. 특히 현대의 청춘들 역시 끝없이 변화하는 현실과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작품 속 혼란스러운 이상한 나라의 모습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앨리스가 낯선 세계 속에서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려 했던 것처럼, 우리 또한 불안과 혼란 속에서 자신만의 정체성과 방향을 찾아 성장해 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였다.


© <EWHA GIRLS' ART> OF EWHA GIRLS' HIGH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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