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채림
<혼돈의 궤적>
39.4x54.5cm
목공풀, 한지, 털실
2026

옵아트(Op Art)의 시초이자 거장으로 불리는 빅토르 바자렐리의 대표작 <직타(Zebra)>는 흑백의 대조적인 선들을 교차시켜 강렬한 시각적 착시와 역동적인 움직임을 구현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구체적인 형태를 묘사하는 전통적인 회화에서 벗어나, 오직 검은색과 흰색 줄무늬 패턴의 왜곡과 배열만을 활용해 화면에 생동감을 불어넣었습니다. 특히 평면 위에서 선들이 뒤틀리고 회전하듯 흐르는 구조는 관람객의 시선에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듯한 시각적 환각과 미미한 어지러움을 유도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바자렐리는 수학적이고 기하학적인 계산을 바탕으로 선의 굵기와 간격을 조절함으로써, 2차원의 평면 공간 속에서 무한한 깊이감과 3차원적인 입체감을 동시에 만들어냈습니다. <직타>에서 보여주는 흑백의 강렬한 대비는 인간의 시각적 인지 과정을 자극하며 감정이나 서사를 배제한 채 오직 순수한 선과 색의 상호작용만으로도 화면에 거대한 역동성을 부여할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 미술사적으로 이 작품은 빛과 색, 그리고 형태의 착시를 통해 관람객의 눈을 현혹시키는 옵아트 사조의 본격적인 문을 연 기념비적인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바자렐리의 <직타>는 왜곡된 기하학적 선들의 무한한 확장과 반복을 통해, 정지된 화면 속에서 시각적 움직임과 심리적 파장을 이끌어내는 추상 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본 작품은 현대인들이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복잡한 심리적 혼란과 내면의 불안정한 감정을 시각적인 착시 효과를 통해 입체적으로 표현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마네킹의 얼굴 형상을 한지와 목공풀로 정교하게 본뜬 작업은 고정 관념화된 인간의 외면이나 현대 사회 속에서 규격화된 개인의 정체성을 상징합니다. 이처럼 구체적인 인간의 얼굴 형상 위에 검은색과 흰색의 털실을 중심점에서부터 끊지 않고 무한한 나선형으로 회전시키며 붙여나간 것은 매 순간 꼬이고 얽히는 현대인의 복잡한 생각과 내면의 소용돌이를 시각화한 것입니다. 흑백의 대비가 주는 강렬한 시각적 왜곡과 어지러운 착시 효과는 관람객에게 미시적인 혼란을 유도하며 이는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끊임없이 동요하는 인간의 불안을 전이시키는 장치입니다. 특히 차갑고 딱딱한 얼굴 형태 위에 따뜻하면서도 거친 질감을 지닌 털실을 촘촘하게 채워 넣음으로써 물질문명 속에서 인간이 느끼는 고독감과 촉각적 온기 사이의 모순적인 대비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나선형의 선들은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삶의 연속성과 그 안에서 겪는 정신적 과부하를 의미합니다. 결론적으로 본 작품은 인체의 입체적 구조와 추상적인 옵아트적 패턴을 융합함으로써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불안정한 심리적 내면과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느끼는 어지러움을 공감각적으로 전달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