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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규민

권규민
<한강;연작>
우드락, 포스터칼라 물감, 색상한지, 나뭇잎
54.5x39.4x7cm
2025

권규민

○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작을 보다.

모네의 정원에 수련이 피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물 위에 반짝이는 빛도 변하고, 떠가는 구름의 모습도 변한다. 화가는 그 모습을 섬세하게 관찰하여 인상적인 변화의 순간을 화폭에 아름답게 담아내었다. 그림이라는 것이 비록 대상의 고정된 시점을 그리는 것이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 시간의 흐름 앞에서 우리의 모습을 보다.

시간이 흐름 속에 많은 것들이 변해 왔고 또 변하고 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원시시대 작은 무리에서 시작하여 오늘날 거대 도시에 이르기까지 쉼 없이 몸집을 키워왔다. 인간 중심적인 사고방식 속에 자연에 가해진 무차별한 변형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특히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이후 세계가 놀랄 만큼 눈부신 성장을 보였다. 폭발적인 인구증가로 내사산, 외사산으로 둘러싸였던 천혜의 자연환경은 순식간에 잠식되어 들어갔고, 물길 따라 자연스레 이어지던 옛길은 두터운 신작로로 치환되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한강이 있었다. 굽이굽이 흐르던 강줄기는 잦은 범람을 빌미로 제방을 쌓아 곧게 만들어졌고, 그 사이엔 강북과 강남을 잇는 수많은 다리가 놓였다. 한강 뷰를 독점하는 고층 건물과 아파트들이 빼곡하게 병풍을 이루게 되었다.



○ 한강 연작; 바람직한 공존의 모습을 생각하다.

서울의 발전에 따른 한강과 그 주변의 변화 모습을 연작의 성격으로 하나의 장면에 표현해 보았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이루어져 온 인간 중심의 발전을 꼬집으며, 자연과 인간의 바람직한 공존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1930년대, 1970년대, 1980년대, 2000년대 위성사진을 통해 한강 물줄기와 주변 자연이 변화하는 모습을 살펴보았다. 점점 일직선으로 단조로워지는 한강과 빠른 속도로 잠식되어가는 도심 속 녹지들, 그리고 난도질 하듯 빠르게 뻗어나가는 도로들을 볼 수 있었다. 지도에 나타난 도로와 숲의 변화 모습을 네 개의 장면으로 하나의 작품에 담아내고 그 사이 사이에 도시 구조와 공동체를 의미하는 나뭇잎의 잎맥을 새겨넣었다. 초록색 한지를 찢어 붙인 녹지는 점점 초라해져 가는 자연의 모습을, 나무결 무늬의 한지 바탕은 우리의 모든 것이 자연에서 시작되었음을 나타낸다.


** 이 작품을 위해 소중한 잎을 기꺼이 내어준 개운죽과 유칼립투스에게 특별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 <EWHA GIRLS' ART> OF EWHA GIRLS' HIGH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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