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서윤
권서윤
<경계>
털실, 구름솜, 천, 종이판
80x50x175cm
2025
올라퍼 엘리아슨의 the weather project라는 작품을 참고했다. 이 작품은 빛, 안개, 거울, 공간을 이용한 몰입형 작품으로 관람객들은 단순히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가 머무르고 반응하고 느끼는 존재가 된다. 황색 나트륨등 사용해서 색채를 제거해 관람자가 흑백에 가까운 시각 경험을 하게 하며, 많은 관람객들이 현대 도시 속에서 날씨와 햇빛을 향한 무의식적 갈망이 드러난다.
이 작품은 ‘비’라는 자연의 흐름이 인공적인 구조인 문의 형태를 통과하며, 우리 삶의 보이지 않지만 나와 세상을 연결하는 경계를 시각화한 설치물이다. 구름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단순한 기상 현상이 아니라, 시간과 감정, 기억을 씻어내고 통과시키는 하나의 매개 장치이다. 이 빗줄기는 문 모양을 따라 일정한 선을 이루며 떨어지는데, 이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수많은 심리적·사회적·존재적 경계들을 상징한다. 문이라는 구조는 원래 안과 밖, 이곳과 저곳, 나와 너를 구분 짓는 경계의 상징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의 문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물줄기로 이루어진 채 끊임없이 내려앉는다. 그 문은 물질이 아니라 흐름이며, 경계는 벽이 아니라 빗줄기처럼 지나가는 감정의 순간이다. 이처럼 ‘비의 문’은 통과하라고 명령하지 않으며 오히려 머무름과 감정의 침잠을 허락한다. 빗줄기를 지나 바닥에 형성되는 작은 웅덩이는 이 모든 흐름의 결과이자 축적이다. 그곳에는 관람자의 모습이 비치고, 한때 흘러내렸던 수많은 감정과 기억들이 물의 표면에 잠재된 흔적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