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민서
류민서
<사랑, 연대>
수채화, 드로잉펜, 색연필
39.4x54.5cm
2025

주제 사라마구의 책 ‘눈먼 자들의 도시’는 한 도시 전체에 ‘실명’이라는 전염병이 퍼지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작품 속 눈이 멀어 앞을 볼 수 없는 인간들은 물질적 소유에 눈이 멀었을 뿐만 아니라 그 소유를 위해 자신의 인간성조차 잃어버린 사람을 의미한다. 수용소에 격리되어 각자의 이익을 챙기는 눈먼 사람들,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수용조치를 내린 냉소적인 정치인, 범죄 집단을 방불케 하는 폭도들.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잃었을 때에야 그것이 진정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하지만, 이 책은 처음으로 눈이 멀어 수용소에 갇히게 된 인물들이 서로의 고통을 나누고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인간이 살아가는 본질적인 이유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인 것이다.
물질적인 것들이 귀중하게 여겨지는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인간을 인간 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그 오랜 질문의 끝에 사랑과 연대라는 답을 내리기로 했다. 작품 ‘사랑, 연대’는 점차 ‘우리’가 아닌 ‘나’와 ‘너’로 존재하는 순간들이 많아지는 세상 가운데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가치를 잃지 말고 살아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눈먼 자들’의 손가락질, 물질의 꼭두각시, 눈이 멀어 보이지 않는 이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웃는 사람들, 서로를 배신하려는 손들이 팽배한 세상 속에서 우리 모두가 서로를 바라보며, 자신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서로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며 서로의 의지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 모두가 끝임 없이 스스로에게 인간이 살아가는 본질적인 이유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으로 살아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