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
박원
<hue>
색연필, 수채화
54.5x39.4cm
2025

『대도시의 사랑법』
이 작품은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에 등장하는 인물인 구재희에게서 착안하였다. 구재희는 2세상과 적극적으로 부딪히며 스스로를 지켜내던 인물이었다. 당시 재희는 강렬한 색채의 옷을 입고 빨간색 컨버스를 신으며 자기다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드러내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사회에 적응해가면서 그는 점차 자신을 조용히 감추기 시작한다. 직장에 들어가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고민하면서부터 재희는 더 이상 목소리를 내지 않게 되고 무채색의 옷을 입고 사회의 평균적인 틀 안에 자신을 맞춰 넣는다. 그러던 중, 지하철 안에서 자신과 똑같은 옷차림을 한 타인을 마주하는 장면에서 비로소 ‘이게 내가 아니구나’라는 인식이 생긴다. 재희는 결국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기억해내며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다시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하게 된다. 웨딩드레스 아래 빨간 컨버스를 신은 채 결혼식장에서의 마지막 장면은 재희가 사회적 기대와 틀 안에서도 자기다움을 놓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그 상징은 단순히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성장 이후에도 본연의 색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에 가깝다.
작품 속 인물은 웅크린 자세로 앉아 팔로 자신의 무릎을 감싸고 있다. 이 자세는 자신을 보호하려는 듯 보이기도 하고 세상의 시선으로부터 스스로를 감추고자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인물의 팔과 다리에는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상의 문신이 새겨져 있다. 이 문신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인물 내부에 잠재된 세상에 아직 꺼내 보이지 않은 자기만의 가치들을 상징한다. 겉으로는 웅크려 있고 위축된 모습이지만 그 내면에는 충분히 찬란한 것이 자리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그림은 자기 가치를 아직 인식하지 못한 채 웅크려 있는 사람들이나 사회의 요구에 순응하며 자신을 조금씩 감추어온 이들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자신은 더 많은 색을 가지고 있고 그 색들은 결코 사라진 적이 없다는 말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