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성윤
백성윤
<유영(遊泳)>
수채화물감, 파스텔색연필
39.4x54.5cm
2025

해파리를 단순 생물 묘사한 것이 아니라, 신비롭고 환상적인 분위기로 강조되어 있다. 또 해파리의 촉수 부분을 작은 꽃잎이나 잎사귀 같은 요소들로 표현하여 마치 꽃이 흩날리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해파리 자체에서 빛이 나오거나 조명을 받는 것처럼 묘사하여 몽환적인 인상을 준다. 배경을 깊고 어두운 공간으로 표현하고 해파리를 화려하고 빛나는 존재로 묘사하여 우주같아 보이기도 한다.
해파리는 어디를 향해서도 아니고, 누가 이끄는 것도 아니다. 물결을 거슬러 오르지도 않고, 정해진 속도를 따르지도 않는다. 그저 자기만의 리듬으로 유영한다. 나는 ‘해파리’라는 존재를 통해 억압받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자유를 표현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너무 많은 기준과 시선 속에 놓인다. ‘빠르게’, ‘효율적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스스로를 놓치고 있는건 아닌지 문득 돌아보게 된다. 이런 생각을 이미지로 풀어내기 위해 해파리의 촉수 부분에 꽃과 잎사귀의 형상을 표현했다. 바닷속을 유영하는 해파리와 꽃잎이 흩날리는 장면을 겹쳐 환상적인 생명체로 나타냈다. 꽃은 뿌리를 두고 피어나지만, 이 해파리에게는 정해진 자리도, 시작점도 없다. 그저 부유하는 몸 위에 피어난 작은 생명들은 바다의 흐름속에서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해파리는 말 없이 흘러간다. 정답도, 목적지도 없지만 그 안엔 오히려 진짜 삶의 결이 담겨 있다. 흔들리며 나아가도 괜찮고, 머물러도 괜찮다는 것. 조용히 흔들리는 그 존재가 우리에게 그렇게 속삭이는 것만 같다. 나는 이 그림을 통해 때로는 꽃을 피우는 방식도, 살아가는 리듬도 정해진 틀 없이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