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여빈
서여빈
<그 어느 날의 재회>
장지에 먹, 물감
54.5x39.4cm
2025

애니메이션 <코코>
-멕시코 명절 ‘죽은 자들의 날’을 배경으로 한 픽사 애니메이션.
내게 죽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알려 주었으며 애니메이션 제작자라는 꿈을 갖게 해 준 작품이다. 영화 내에서 ‘죽은 자들의 날’에 선조들이 이승으로 와 축제를 즐기는 장면과 그 외 여러가지 설정들을 참고하여 작품을 제작하였다.
‘죽음’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는가?
인생의 끝? 공포? 두려움? 죽음은 대부분의 사람이 깊이 생각하기를 기피하는 대상이다. 이는 언젠가 맞이하게 된다는 걸 막연히 알고 있긴 하지만, 그 이후를 아무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오는 것일 거라 생각한다.
이런 미지의 영역인 죽음을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이들이 있었다.
멕시코 북방 지역에 살던 아스텍 원주민들은 죽음을 ‘새로운 시작’으로 보았다. 그들은 사후세계의 여신에게 제의를 바쳤으며, 삶이 그저 꿈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죽음을 통해 진정으로 깨어날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이로부터 유래된 것이 멕시코의 명절 ‘죽은 자들의 날 (Día de los Muertos)’이다. 우리에겐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로 잘 알려져 있으며, 세상을 떠난 이의 명복을 비는 날이다. 이 날에는 죽은 이들이 1년에 한 번 이승의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찾아온다. 따라서 각 가정이나 그 외의 장소에 죽은 이를 기리기 위한 제단을 마련한다. 또한 죽은 이가 집을 잘 찾아올 수 있도록 메리골드 꽃길을 만들어 놓는다.
나는 <코코>를 보고 이 명절을 알게 되었는데, 영화 속 사람들은 죽은 자들의 날을 축제 분위기처럼 즐기면서 먼저 떠난 이들을 추억한다. 그런 모습이 죽음에 대해 막연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던 내게 꽤나 큰 충격을 주었다. 처음으로 죽음에 관하여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러던 중 문득 우리의 선조들도 분명 나와 같은 불안을 겪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그들도 결국에는 전부 죽음을 맞이했기에..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니, 멕시코 사람들의 시선으로 죽음을 바라본다면 어쩌면 우리 선조들도 새로운 시작을 한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영화처럼 화려한 사후세계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말하는 건 아니다. 단지, 죽음 이후의 세계는 죽어 보기 전엔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어차피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운명이라면, 그 전까지는 이 삶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어느 날의 재회>는 이러한 생각들에서 시작되었으며, 내가 <코코>를 보고 그랬던 것처럼 이 그림을 보는 이들이 죽음에 대하여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작하였다.
메리골드 꽃길을 진달래꽃길로 대체한 것, 먼저 떠난 이와 술 한 잔을 하는 산 자의 모습, 맨 오른쪽 인물의 복장(드라마 ㅁㅅㅌ ㅅㅅㅇ의 주인공이 착용한 한복이다.) 등등 그림 속에 담은 재밌는 요소들이 있으니 찾아보며 감상한다면 좋을 것 같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죽은 이들의 명절을 즐기는 우리 조상들의 모습을 보며, 뜻깊은 시간을 가져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