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한별
양한별
<Undying Fragments>
색연필, 아크릴, 수채화, 붓, 마커
54.5x39.4cm
2025

케냐의 예술 집단 The Nest Collective의 설치형 작품 〈Return to Sender〉는 서구 사회의 패스트 패션 소비 구조가 미래 세대에 남긴 폐해를 고발한다. 아프리카로 수출된 중고 의류가 실제로는 재사용되지 못한 채 다시 쓰레기로 버려지는 빠른 트렌드 변화의 부정적 현실을 반영한다. 그리스 현지에서 수집된 폐의류 더미로 구성된 이 설치물은, 시각적으로는 낯익고 일상적인 옷더미이지만, 그것이 쌓여 만들어진 거대한 형태는 숨겨진 폐기물 구조와 소비 순환의 불균형을 상징한다. The Nest Collective는 이 작품을 통해 “도움을 위한 기부”라는 명분으로 이뤄지는 서구의 소비 구조가 실상에선 부담을 전가하는 일방적인 순환임을 드러내며, 글로벌 소비사회의 비윤리적 단면을 강하게 비판한다. 이 설치는 단순한 시각 예술을 넘어, 관객에게 패션이 야기하는 지속 가능성과 환경 정의 문제를 환기시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작품은 The Nest Collective의 〈Return to Sender〉에서 영감을 받았다. 작품 속 버려진 패션 더미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트렌드와 밈들을 끊임없이 감기는 비디오 테이프 필름으로 형상화했다. 필름 위를 지나가는 이미지는 찰나처럼 스쳐가지만, 그 속도 뒤에는 쌓여가는 무수한 잔해들이 보이지 않는 심연처럼 깔려있다. 필름의 끝자락에선 토끼가 바다에 쓰레기를 던진다. 평소 토끼는 순수함, 무해함 등을 상징한다. 토끼를 매개체로 삼음으로써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과 시스템의 일면을 나타낸다. 배경으로 나타난 붉은 하늘은 단순한 저녁이 아닌, 지구의 고통이 숨죽이며 번지는 피빛을 상징한다. 오염된 바다는 무한한 깊이를 감춘 검은 거울처럼, 사람들이 버린 모든 흔적을 변질된 색으로 비추고 있다. 이 그림은 시간의 흐름과 소비의 속도를 초현실적인 비디오 속 풍경으로 포착하며, 그 순간에는 화려하게 빛나지만 결국 무의미하게 사라지고 버려지는 트렌드들의 그림자를 드리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