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예준
우예준
<20/26>
폼보드에 아크릴물감
30.5x30.5x30.5cm
2025

조나단 라슨의 뮤지컬 <Tick, Tick... Boom!>의 무대 세트를 구현하였다. 틱틱붐은 2017년 육연까지 3인 극으로 진행되던 것과는 다르게 2024년 칠연부터 다섯 명의 앙상블이 추가되며 무대 규모도 커졌다. 이지영 연출, 최영은 무대 디자인으로 제작된 틱틱붐 무대 세트는 3층짜리 철근 구조물로, 조나단 라슨의 또 다른 뮤지컬 <렌트>의 무대와도 연결되듯 닮아있다. 연출가에 의하면 사랑하는 예술을 좇을지 현실과 타협할지 주저하고 불안해하는 주인공 라슨의 마음이 불안정한 철근 구조물에서 드러나며, 빙빙 돌아가는 무대 장치는 그런 혼란과 방황을 표현했다고 한다. 또한 정글짐을 연상시키는 무대의 농구대, 미끄럼틀, 그네 등은 “왜 평생 아이로 남을 수는 없는 거야!”라며 아이처럼 절규하는 라슨의 마음속 놀이터를 상징한다. 이처럼 동심을 표현한 소품들과 이질적으로 보이는 구조물 곳곳의 CCTV는 아이 같은 순진함 속에서도 자신을 감시하며 몰아붙이는 라슨의 엄격한 기준을 보여준다.
“1990년에 서러운 서른 왜!”
브로드웨이를 뜨겁게 달궜던 뮤지컬 <RENT>의 창작자 조나단 라슨이 자신을 주인공으로 쓴 뮤지컬 <Tick, Tick... Boom!>의 첫 번째 넘버, ‘30/90’의 한 소절이다. 1990년 뉴욕, 달리 이뤄낸 것 없이 30번째 생일을 맞이한 라슨은 그 어떤 축하도 그저 자신을 재촉하는 시계추 소리로 느껴질 뿐이다. 작년 생일, 가족들이 불러주는 생일 노래를 받던 나도 비슷한 심정이었다. ‘분명 기다리던 생일인데, 왜 마냥 즐겁지 않지? 25년에 내가 고삼이라고? 26년에는 내가... 스물이라고?’ 서른 살이 되기 전 이미 최고의 곡을 쓴 손드하임을 떠올렸던 라슨처럼, 10대에 이미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났다. 내가 이뤄낸 것은 뭐가 있지? 나는 스물에 무엇을 하고 있어야 하지? 20/26. 2026년에 불안한 스물 왜! 위태로워 보이는 무대 세트는 불확실한 미래와 두렵게 다가오는 현실 속에서 방황하는 마음을 나타낸다.
Fear or Love?
우리를 움직이는 건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뮤지컬 ‘틱틱붐’은 우리에게 질문한다. 라슨은 사랑하는 예술을 좇았지만 매번 그를 흔들던 것은 두려움이었다. 자꾸만 우리에게 좌절과 절망을 안겨주는 꿈을 끝내 포기해야 할 적절한 때는 언제일까? 버텨내야 할까, 현실과 타협해야 할까? 3층짜리 세트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고개를 꺾어 올려다봤을 때 내가 본 것은 세트의 바닥면일 뿐이었다.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1열에서 볼 수밖에 없다. 가까울수록 더 높고 더 두렵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멀리서는 볼 수 없던 것들을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사랑같은 것. 두려움이 우리를 움직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두려움과 불안을 가지고 놀 수 있다. 불안함과 초조함이 우리를 쫓아와도 사랑을 잊지 않으면 된다. 세트 곳곳에는 나를 사랑으로 움직였던 것들을 찾을 수 있다. 영사기, 농구대, 미끄럼틀과 그네... 불안정하게만 느껴졌던 세트는 정글짐이 되고, 무대는 놀이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