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가현
유가현
<완벽>
캔버스, 피그마01 라인펜
39.4x54.5cm
2025

그림을 그리며 총 4개의 사진을 참고하였는데 모두 추억이 담긴 풍경사진들입니다.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홍대에서 놀다가 외곽에 있던 잔잔한 길거리가 맘에 들어 찍은 사진, 어릴적 사촌동생들과 자주 놀던 할머니네 골목길, 가족과 자주 찾아가던 맛집가는 길, 매일밤낮으로 통학하며 꼭 지나가던 롯데타워의 사진을 펜 하나로 그려보며 그때를 추억하고 싶었습니다. 사진을 찍지 않았으면 기억 속에
잊혀서 그저 지나가는 단 하루의 풍경이 되었을 수도 있는 그 장소를 사진으로 남겨 기억할 수 있는 것처럼 캔버스에 다시 한번 그리며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펜 드로잉은 지우개 없이 오로지 한 번의 선들에 의존하여 그림을 완성해나갑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신중하고, 조심스러우며 어쩔 때는 과감하게 선을 긋기도 하죠. 한번 긋기만 해도 그 캔버스에 남아 지워지지 않기에 더 솔직한 그림이 되기도 합니다. 오로지 펜 하나로 그림을 표현해야 하기에 사진을 더 자세하고 깊게 관찰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잘하고 싶은 마음에 많이 고민하고 생각하며 선 하나를 긋는데 망설인 순간이 많았고요. 그날따라 손이 따라주질 않아 선이 제대로 그어지질 않고 삐뚤어져 속상했던 적도 있었어요. 한번 그은 선은 지울 수 없으니까요. 시간에 쫓겨 급하게 작품을 완성했을 때 마음에 안 드는 부분도 많았어요. 그렇지만 그냥 별생각 없이 사진들 추억용으로 그리자 마음먹고 애먹으며 그리던 그 시간들이 다시 추억으로 돌아와 제 기억 속에 남았습니다. 다른 일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모든 과정이 힘들고 버거운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완벽하진 않았지만 완성해냈다.” 뭐든지 완벽할 필요는 없잖아요? 어쨌든 내 노력을 결과로 해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