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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민

이소민
<계단 사이로>
수채화물감, 색연필
39.4x54.5cm
2025

이소민

이 그림은 jeremy mann의 그림 작품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가 그리는 수많은 이름 없는 도시 풍경들은 종종 어두운 밤이나 비가 내리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거리 한 풍경을 묘사하고는 한다. 밤이 깊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불아 꺼지지 않는 고층 빌딩들과, 수 없이 거리를 지나다니는 차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의 꺼지지 않는 밤을 연상케 한다. 강렬하고 어두운 모노톤 계열의 색을 사용한 수많은 작품들은 작품들끼리 이어져 끝없는 굴레에 빠진 것 같은 착각 또한 들게 한다. 이러한 재러미 만의 그림을 통해 이렇게 번화하고 재빠르게 돌아가는 도시에서 재러미 만의 기존의 어두운 색감은 유지하되, 고층 건물이 지어지기 전에 있었을 과거의 옛 자취를 떠오르게 하는 빌라들을 대비해서 그리고 싶었다.



사람들의 손과 발이 더 이상 닿지 않는 무너져 가는 거리를 본 적이 있는가? 항상 대도시에서 살아왔던 사람이더라도 특정한 거리, 골목 등을 보면 옛 향취를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더 이상 사람들의 관심이 닿지 않는 이러한 거리는 그저 추상적인 고향의 거리로 남아 우리의 가슴속에 잔재할 뿐이다. 실제로 우리는 사람들의 시선에 비해 지나치게 크고,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건물들 속에서 살고 있다. 이러한 건물 사이에는 죽지 않을정도로 적당히 답답한 간극이 있을뿐이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각자에게 공간의 의미를 부여한다. 예를 들면 집은 포근한 곳, 돌아가고 싶은 곳. 그게 아니라면 특정한 곳은 가기 싫은 곳. 이런 방식으로. 반대로 공간 또한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 어쩌면 우리는 도시의 빽빽함, 빠름, 거대함에 짓눌려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예전의 거리와 현대의 도시는 너무나도 차이가 나는 곳이 되어버렸고, 예전의 거리들도 재건축의 과정을 거쳐 변해가고 있지만 둘 사이의 계단은 그 두 사이의 화해가능성을 의미한다.

© <EWHA GIRLS' ART> OF EWHA GIRLS' HIGH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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