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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

이승희
<자동재생의 인간들>
박스, 아크릴 물감, 글루건, 종이테이프
87.8x87x17cm
2025

이승희

1980년대 중반, 백남준은 ‘비디오 조각’이라 불리는 로봇 연작을 통해 인간과 기술, 예술과 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표현으로 작품을 만들어갔다. 이 가운데 《정약용》과 《퀴리부인》은 역사적 인물을 오마주한 대표 작품으로, 동서양의 지성과 과학 정신을 매개로 삼아 기술의 윤리성과 인간성을 사유한다.

《정약용》은 조선 후기 실학자인 정약용을 형상화한 비디오 조각으로 백남준은 정약용의 발명품인 거중기, 유형거 등에서 기술의 윤리적 활용을 읽어내며, 전통 지성과 미래지향적 기술 사이의 연결을 시도하여 이는 곧 미디어도 인간과 사회를 위한 윤리적 사유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로 확장된다. 《퀴리부인》은 방사능을 발견한 과학자 마리 퀴리를 오마주한 작품으로, 그녀의 삶을 통해 과학의 진보, 여성 지성의 상징성, 그리고 기술의 이중성을 함께 조명한다. 또한 백남준은 방사능과 전파, 비디오 신호를 연결 지으며, 보이지 않는 힘을 다루는 과학과 예술의 공통성을 탐구하였다. 이 두 작품은 나란히 배치되어 동양과 서양, 전통과 미래, 기술과 감성이 하나의 장 속에서 교차하도록 구성된다. 백남준은 이 조각들을 통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기술은 인간과 사회에 어떻게 연결되는가? 윤리와 감성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정약용》과 《퀴리부인》은 비디오 아트를 넘어, 미디어 예술의 인문학적 가능성을 탐구한 백남준의 깊은 사유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백남준의 《정약용》과 《퀴리부인》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하게 되었으며, 백남준은 두 역사적 인물을 통해 기술과 윤리, 인간성과 진보를 사유했고, 이를 통해 미디어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인간의 삶과 철학을 비추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자동 재생의 인간들》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현대의 미디어 환경, 특히 알고리즘 기반의 자동 추천 시스템 속 인간의 위치로 확장하여, 넷플릭스, 유튜브, 틱톡 등에서 이어지는 무한 추천 속에서, 우리는 콘텐츠를 선택하는 존재인지, 선택당하는 존재인지 인간의 자율성과 감각에 대해 질문하고자 만들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유튜브, 넷플릭스, 틱톡 같은 플랫폼 속에서 끝없이 자동 재생되는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습니다。스스로 선택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선택과 방향은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에 의해 제어되고 있다고생각하였고, 이 작품을 통하여 영상, 인터페이스, 반복적인 시각 언어를 통해 감각의 자동화, 자율성의 침식, 그리고 기계적 소비를 표현하고자 하였으며 이는 백남준이 탐구한 기술의 이중성 — 해방이자 억압, 진보이자 통제 — 이 여전히 오늘날에도 유효하다는 점을 드러낸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이미지의 중첩 속에서 “기계보다 느리게, 인간답게.자동 재생은 멈출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지금 보고 있는가, 보여지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을 통하여 이작품은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질문하며, 단순 비판이 아닌 디지털 시대 속 인간다움, 현대 미디어 환경 속에서 윤리와 감성, 주체성이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사유해보고자 제작하게 되었다.

© <EWHA GIRLS' ART> OF EWHA GIRLS' HIGH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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