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후
이시후
<GOLDEN HOUR>
색연필, 금색 펜, 화이트, 젤스톤, 금박
39.4x54.5cm
2025

이 작품은 ‘금빛, 사랑, 시간’이라는 키워드로 설명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한눈에 봤을 때 알아챌 수 있는 이미지가 있었으면 하여 이 키워드로 잘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한 구스타프 클림트 작가의 작품을 참고했습니다. 참고 작품들은 ‘연인(키스)’, ‘유디트’, ‘생명의 나무’, ‘히기에이아’로, 해당 작품의 일부를 차용하여 옷의 무늬를 표현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JVKE-golden hour’라는 노래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노래 속에서, 인물은 주변은 신경 쓰이지도 않을 사랑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나의 운명과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그 사람이 나 그리고 세상을 비추는 빛이고 시간마저 느리게 흐르기 시작하죠.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노래 속에 묻혀 감정에 압도당할 것 같았던 느낌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성인의 모습을 한 인물은 ‘에로스’신으로 ‘큐피드’라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에로스는 성애의 신으로 묘사되는데, 이때 성애라는 개념은 우주 전체의 생명력을 의미합니다. 즉, 에로스는 창조의 완성에 필요한 조화와 질서를 ‘사랑’이라는 요소로 정립하고 태고의 빛을 구현하는 신인 거죠. 이렇게 에로스를 표현함으로써 노래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인 사랑을 드러내고 그러한 사랑이 느껴지는 방법 중 하나로 묘사되는 빛을 드러내었습니다.
안겨있는 아이는 ‘카이로스’신으로 시간을 관장하는 신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다른 시간의 신도 나옴에도 카이로스를 선택한 이유는, 절대적인 시간을 상징하는 크로노스와 시간의 영원성을 상징하는 아이온과는 달리, 카이로스는 개개인의 인간이 주관적으로 체험하는 시간 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기회를 붙잡을 수 있는 시간을 상징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운명의 사랑을 하며 시간은 실제로 느리게 흐르지 않지만 우리를 그 순간에 붙잡아두곤 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 우리의 운명을 종종 바꾸고는 하죠. 그래서 카이로스를 아이의 형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인물들 뒤에 모래시계를 두어 흐르는 시간이 느껴지도록 하였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안쪽에 모래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인물들의 아래에 깔려 이쪽으로 밀려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시간의 흐름은 틀에 갇힌 것이 아닌 우리의 선택과 순간에 따른 ‘지금’임을 드러내고자 하였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세상을 살아가며 우연히 찾아올 그 ‘순간’이 밤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앞을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기억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