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지윤
임지윤
<달빛 친구>
수채화, 색연필
39.4x54.5cm
2025

토미 웅거러의 『달 사람』이라는 동화책과 애니메이션을 참고했습니다. 동화책과 애니메이션의 내용은 거의 유사하지만 결말부에 차이가 있습니다. 외로운 밤하늘에서 매일 지구를 내려다보던 달 사람은 어느 날 별똥별의 꼬리를 잡고 지구에 오게 됩니다. 달 사람은 지구 사람들과 함께 놀고 싶어했지만, 별똥별이 떨어지는 소리에 아주 놀란 동물들과 지구인들은 그를 감옥에 가둡니다. 달 사람은 이러한 대접에 억울함을 느끼지만, 곧 위상 변화에 따라 자신의 몸집이 작아지는 것을 깨닫고, 지혜를 발휘하여 무사히 감옥을 탈출합니다. 그는 꽃과 새, 나비를 만나고 가면 무도회에 가서 춤도 추며 지구에서의 생활을 즐기지만 이내 경찰에게 들키고 맙니다. 도망치던 중 그는 분젠 박사를 만나는데, 그는 오랜 세월을 보내며 달로 가는 우주선을 만든 과학자였습니다. 분젠 박사는 자신은 나이가 많아 직접 달에 갈 수 없으니, 달 사람이 우주선의 첫 손님이 되어 무사히 달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분젠 박사의 도움으로 달에 도착한 달 사람은 지구로 되돌아오지 않고 언제까지나 하늘에 있는 자기자리에 있습니다. ‘달 사람’ 애니메이션에서는 매일 밤 아이들을 지켜주던 달 사람이 다시 밤하늘로 돌아와 지구의 아이들은 행복을 다시 되찾고, 달 사람은 달을 올려다보는 모든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 더이상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어렸을 적, 차창 밖을 보며 달이 나를 따라오고 있다는 생각을 한 경험은 아마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었을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이 된 지금도, 겨울날 등굣길 새벽하늘 햇빛에 가려져 있던 달이 모습을 드러내면 어쩐지 반가운 마음이 들고, 늦은 밤 학원이 끝나고 밖을 나설 때면 무채색의 하루에 달빛이 한 방울 떨어진 듯한 기분이 들곤 합니다.
‘달빛 친구’에는, 보이지 않을 때에도 하늘 어딘가에 떠 있어 왠지 모르게 든든하게 느껴지고, 하루 중 짧고 특별한 순간에만 마주할 수 있기에 마치 비밀스러운 친구처럼 다가오는 달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그림의 중앙에는 넘실대는 밤하늘에 자리를 비우고, 한 아이를 보려고 지구에 내려온 둥근 달이 노란빛을 내고 있습니다. 달의 양옆에 오는 두 그루의 커다란 나무는 달과 아이가 만나는 언덕을 감싸고 있고 멀리서는 아이가 사는 마을이 보입니다. 특색없는 건물들은 숲의 풍경과 대비되며, 그 순간의 특별함과 비밀스러움을 더욱 강조합니다. 언덕 위의 만개한 꽃들은, 『달 사람』 애니메이션에서 달 사람이 지구로 내려와 아름다운 꽃과 새, 나비를 마주하는 장면을 참고하였고, 달과의 만남을 화사하면서도 꿈결처럼 다가오게 합니다. 달빛은 아이에게 뻗은 달의 손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고, 그 빛을 받은 아이의 옷에는 별 모양이 반짝이며 드러납니다. 아이의 옷에는 밤하늘이 새겨져 있고, 그 위에 비친 달빛은 이들의 연결을 보여줍니다.
동화에서 영감을 받았기에, 수채화 특유의 번짐과 색연필의 부드러운 결을 섞어 보다 몽글몽글하고 따뜻한 동화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지도록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