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주
조성주
<우리는 꽃이 아니면서도>
물감, 색연필
54.5x39.4cm
2025

참고한 작품은 유키노리 야나기의 ‘세계 국기 개미농장’이다(The World Flag Ant Farm (2006) by Yanagi Yukinori). 이 작품은 세계 각국의 국기를 작은 플라스틱 통에 담아, 그 안에 개미를 풀어놓은 설치 작품이다. 개미들은 각각의 국기 모양의 통을 자유롭게 오가며, 먹이를 찾고 길을 만들며 통로를 확장시켜간다. 시간이 지날수록록 개미들의 흔적들은 국기의 색과 형태를 무너뜨리고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무늬를 만들어낸다. 이 작품은 개미들의 이동과 통로 형성 과정을 통해 국가와 국경이라는 인위적 경계가 결국은 흐트러지고 다시 만들어지면서 얼마나 덧없는지를 시각화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세계화, 국가 정체성,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경계의 무의미함을 탐구하고자 했다. 개미의 이러한 자연스러운 움직임은 마치 국가 간의 경계나 정체성이 절대적이지 않음과, 경계를 허물고 하나로 이어지는 인간 공동체의 가능성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우리는 꽃이 아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우리가 꽃이 아님에도 꽃처럼 피어나고, 꽃처럼 어우러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작품의 중심에 자리한 다양한 색과 형태의 꽃들은 각기 다른 인종, 성별,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스포츠라는 하나의 무대 위에서 만나 조화로운 하나의 정신을 이룬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꽃을 감싸고 있는 손들은 경기장을 달리는 선수, 그들을 응원하는 팬, 경기를 이끄는 지도자와 심판 등 이 정신을 실천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방식으로 서로를 향한 존중과 연대를 실현합니다. 작품 속 손들은 그 다양한 다름 속에서도 하나의 꽃을 함께 감싸 안으며, 공동체로서의 연결을 만들어갑니다. 또한 이 작품은 완벽하거나 아름다운 존재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함께할 때 피어날 수 있는 가치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스포츠는 서로를 이해하고 마주하는 공존의 장임을 꽃과 그 꽃을 감싸 안은 손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였습니다. 우리, 그리고 스포츠는 비록 꽃은 아니지만, 서로의 손을 통해 피어나는 존재임을 기억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