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정원
하정원
<The Last Of Us>
종이에 펜
39.4x54.5cm
2025

이 작품은 게임 'The Last Of Us'의 한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펜화이다. 'The Last of Us'는 감염병이 퍼진 후, 문명이 붕괴한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조엘은 소녀 엘리를 안전한 곳까지 데려가는 여정을 하며, 서로에게 가족처럼 깊은 유대감을 쌓아간다. 그 과정에 인간성과 생존, 선택에 대한 복잡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원작에서는 조엘이 창밖으로 폐허가 된 도심을 바라보며 잠시 멈춰서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장면을 재해석하여, 창문 바로 앞에 자라난 나무와 그 너머로 펼쳐지는 먼 도시의 풍경을 그리고, 그 안에 작게 조엘과 엘리의 모습을 배치하였다.
펜 특유의 질감을 활용해 창틀 주변에 무성하게 자라난 덩굴, 나무, 잡초 등을 강조함으로써, 문명이 무너져 폐허가 된 도시 위로 다시 덮여오는 자연을 표현하고자 했다. 멀리 도시를 바라보는 조엘과 엘리를 작게 그려, 아름다운 자연이 다시 자리를 찾은 듯 보여도,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발버둥치는 인간의 모습은 여전히 작음을 나타냈다. 거대한 풍경 안에 묻힌 듯 서 있는 두 인물을 통해, 아포칼립스 세계 속에서의 절박함과 허탈할 만큼 장엄한 자연의 대비를 보여주고자 했다. 작업 과정에서 원래 계획했던 만큼의 디테일을 모두 채우진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여백이 남은 화면이 게임 속 인물들이 마주한 불완전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세계, 그리고 그 안에서의 여정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