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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원
하지원
<止>
모델링 페이스트, 아크릴물감
54.5x39.4cm
2025

고요히 떠 있는 태양과 끊임없이 일렁이는 파도는 정(靜)과 동(動)의 대비를 통해 세계의 이중적 흐름을 담아낸다. 태양 중심에 배치된 초침은 시간의 연속성을 암시하면서도, 그 흐름 속에서 잠시 멈춰 사유할 수 있는 인간의 내면을 상징한다. ‘止(멈출 지)’는 단순한 정지의 의미를 넘어, 흐름의 한가운데서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는 여백의 순간을 제시한다.
이 작품은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 즉 ‘고요함’과 ‘흐름’이라는 상반된 개념을 하나의 화면 안에 담고자 하는 시도에서 출발했다.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은 움직임 없는 존재로서의 고요함을, 파도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움직임을 상징하며, 서로 대조적인 에너지를 드러낸다. 이 두 요소 사이에 자리한 시계 초침은 시간의 흐름을 상징하는 동시에, 그 흐름 속에서 잠시 멈추어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의 의식과 사유의 가능성을 나타낸다. 초침은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은 멈춰 서서 되돌아보거나, 스스로를 성찰하는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止(멈출 지)’라는 한 글자를 통해, 멈춘다는 것이 단지 정지하는 행위가 아니라, 더 깊은 의미에서 흐름 속의 주체적인 선택이며 내면을 마주하는 순간이 될 수 있음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 작품은 빠르게 움직이는 시대 속에서, 가만히 서서 바라보는 행위가 때로는 더 많은 것을 말해줄 수 있다는 믿음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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