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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희

한서희
<(b)looming>
잡지
39.4x54.5cm
2025

한서희

장 보드리야르의 하이퍼리얼리티와 시뮬라크르

장 보드리야르는 현대 사회가 더 이상 진짜 현실을 경험하지 못한다고 보았다. 우리는 실체보다 이미지, 기능보다 브랜드를 소비하고 이로 인해 현실보다 더 그럴듯한 가짜 즉 하이퍼리얼리티 속에 살게 된다. 이러한 사회에선 원본과 모조품의 구분이 사라지고 이미지가 진실을 대신하게 된다. 그는 이를 시뮬라크르라 부르며 현대는 모조된 이미지 속 낙원을 실제처럼 받아들이는 시대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우리가 얼마나 이미지에 지배당하고 살아가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화면 중앙의 핑크색 머리 여성은 현실의 인물이라기보다는 잡지 속 이상형처럼 보인다. 꽃잎으로 된 치마나 들고 있는 꽃다발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면서도 그것마저 꾸며낸 장식처럼 느껴진다. 하늘은 비현실적인 핑크색으로 물들어 있고 꽃잎이 흩날리며 그 위에 VOGUE 로고가 자리한다. 이 모습은 마치 광고 속 한 장면처럼 꾸며져 있다. 아름다움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고 우리는 그것이 꾸며졌다는 걸 알면서도 끌린다. 이 모습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 즉 하이퍼리얼리티가 지배하는 사회를 시각적으로 상징한다. 그녀의 한쪽 눈이 다른 사람의 눈으로 대체된 장면은 자아조차 타인의 시선으로 결정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섯 개의 손은 그녀를 꾸며주지만 동시에 압박하는 존재다. 이는 외부의 기준으로 개인의 정체성이 완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품 아래 흩어진 명품 가방과 액세서리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성공과 세련됨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작동한다. 사람들은 그것의 기능보다 브랜드 자체에 열광하며 물건을 사기보단 이미지를 소비한다. 결국 우리는 실체보다 표면을, 의미보다 이미지를 욕망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장 보드리야르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이제 진짜 현실보다 훨씬 더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짜 현실 속에 서 살고 있다. 이 작품은 그런 세계가 어떻게 낙원처럼 소비되는지를 아름답게 포장해 보여준다. 작품의 제목의 (b)looming에서 blooming은 ‘활짝 핀, 꽃이 만개한’, looming은 ‘기분 나쁜’ 을 뜻한다. 이 작품은 꽃들이 가득하다는 면에서 blooming 이지만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는 것, 표면을 향한 집착, 진짜같은 가짜라는 불쾌한 진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looming 이다. 이 작품의 제목인 (b)looming은 blooming처럼 보이는 것이 안에 looming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 <EWHA GIRLS' ART> OF EWHA GIRLS' HIGH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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