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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우

한지우
<Reflection>
거울, 글라스데코
35x44cm
2025

한지우

사이키델릭 아트와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팝아트를 참고했다. 사이키델릭 아트는 환각제 복용 시 나타나는 왜곡된 형상, 강렬한 색감, 감각적 과잉 표현 등을 특징으로 한다. 이 작품에서는 이런 환각적인 이미지를 통해 마약 중독자가 거울 속에서 마주하는 비현실적인 자아를 표현했다. 예를 들어, 기괴하게 굽은 손가락, 피부를 기어다니는 벌레, 검은 반점과 충혈된 눈 등은 중독자가 실제로 겪는 신체적 변화를 시각화한 것이다. 또한 리히텐슈타인의 작품은 굵은 윤곽선과 단순한 색면, 무표정한 얼굴을 통해 사회적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화풍을 적용해 중독 상태의 공허하고 감정이 마비된 모습을 강조했다. 


 「Reflection」이라는 제목은 이 작품이 단순한 거울 위의 그림이 아닌, 감상자가 자기 자신을 비추고 돌아보게 만드는 장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거울 속에 비친 환각적인 인물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동시에 누구든지 될 수 있는 ‘나’이기도 하다. 이는 중독이라는 현실이 남의 일이 아닌, 언제든 나의 모습이 될 수 있다는 자각과 반성, 그리고 경고의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한다.

 손의 비정상적인 형태는 마약 중독자들에게 나타나는 근육 수축 증상을 표현한 것이다.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이 신체의 자율적 조절 기능을 무너뜨리면서, 손과 발이 뒤틀리거나 경련을 일으키는 일이 발생한다. 손끝에 기어가는 벌레들은 마약 사용자들이 실제로 자주 호소하는 환각 증상을 시각화한 것이다. 피부 위를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참을 수 없이 긁게 되며, 이로 인해 피부 손상이 심화된다. 보는 이도 손끝이 근질거리는 듯한 감각을 느끼도록 벌레를 세밀하게 묘사하고자 했다.

 중독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신체적 변화들도 표현했다. 피부 반점은 반복된 주사로 인한 염증 반응, 혈관 손상, 피부 감염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다. 다크서클과 눈 충혈은 수면장애, 혈압 상승, 안구 건조 및 자극 때문이며, 볼의 패임은 장기적인 영양 결핍, 수분 부족, 근육 위축 등의 신체적 쇠약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요소들을 통해 마약이 신체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단순히 충격을 주기 위한 공포가 아니라, 그 속에서 마약이 얼마나 현실적이고 무서운 결과를 남기는지를 직시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상단에 적힌 ‘TOXIC’이라는 단어는 이 모든 요소의 중심에 있는 독성과 파괴력을 상징한다. 중독이라는 주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마약의 위험성을 단 한 단어로 요약한다. 이 작품에는 마약에 대한 막연한 공포보다는, 그 후유증을 직시하게 만드는 데 집중했다. 사람들이 이 작품을 통해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그 유혹에서 조금 더 멀어지기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 <EWHA GIRLS' ART> OF EWHA GIRLS' HIGH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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