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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아
정인아_2024
<탁란>
볼펜, 털실, 종이, 수채화
45x61cm
뻐꾸기는 둥지를 틀지 않는다.
다만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 심히 이기적인 면모를 보인다.
오목눈이의 품에서 정성스런 보살핌을 받으며 둥지에서 깨어난 뻐꾸기는 그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
세상 밖으로 나오자마자 오목눈이의 새끼와 알을 떨어트려 처참히 깨부숴뜨리고, 둥지를 완전히 독점한다.
오목눈이보다도 거대한 입을 벌리며 그 안에 먹이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는 뻐꾸기, 인간들은 그를 탁란조라 부른다.
배은망덕한 인간 세상에선 그리 놀랍지 않은 일이다. 기회주의, 개인주의, 부정부패한 정치인들이 성행하는 자본주의 사회. 호의를 배신으로 갚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인간 뻐꾸기'들- 이기적인 그들은 입을 벌리며 또다른 먹이가 입에 쑤셔넣어지길 갈망하고 있다.
이 작품에선 뻐꾸기의 뻔뻔스러운 표정과 고통스러워 하는 새끼들의 모습을 그려내어 배은망덕함의 극치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탁한 수채화와 거친 펜 드로잉 기법으로 암울한 분위기를 조성했으며, 배경 둥지를 도시의 모든 건물들이 한눈에 보이는 빌딩 최정상에 위치하게끔 하여 인간의 부패한 사회를 비판하고자 하는 의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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