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아
서진아_2020년 졸업
인생 Lif+ovE 3연작 (만남, 사랑, 이별), 2022
연습지에 먹물
350x680mm
착각 ∅ 자유, 2022
일러스트레이션과 포토샵, 인쇄
297x420mm
“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그는 / 그의 과거와 / 현재와 / 그리고 /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이 시는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다. 우리의 인생은 수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이루어져있고, 한 사람과의 만남은 곧 그 사람의 인생과 마주하는 것이다. 우리는 사람을 사랑함으로써 그 이의 인생을 사랑하고, 비로소 스스로의 인생을 살아간다. 나는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인생 3연작을 그렸다. 아무것도 없었던 우리는 서로를 만났고, 영원을 약속했으며, 가장 반짝이는 하늘 아래 이별을 고했다. 연관된 세 점의 그림은 매 순간이 연결된 우리네 삶의 모습이다. 그 중 가장 아름답게 표현된 이별은 시작이자 마지막이라고 일컬어지는 헤어짐의 모순을 나타낸다.
긴 수험 생활이 끝나고 마주한 자유가 달갑지만은 않았다. 다만 허탈함이 하루를 채웠을 뿐이다. 나의 세상은 무엇이었는가? 무너지는 것을 두 눈 뜨고 봤음에 절망했던 그 세상은 어디에 있는가? 인생의 긴 공백기간 동안 나는 또 다시 내 세상을 잃었다. 그러나 주저앉지 않았다. 스스로 숨 쉴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야만 했다. 수많은 페르소나와 호불호, 심리적 압박감과 꿈, 바닥에 내제된 자기혐오와 그것을 포장할 만한 무언가 그리고 불안한 관계들. 이것들로 곧 공간을 얼룩덜룩하게 채웠다. 나는 그럴듯하게 만들어진 세상에 여전히 갇혀 있으나 비로소 자유로웠다. 비어 있는 나를 포장한 모든 것이 나의 본질이라고 착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