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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다은

이화여고 21년 졸업

<리그리움 (Re:Greeum)>
스틸 파이프, 투명 PVC 시트, 식물, 로프, 조명 장치 등
130X130X300cm
2025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디자인학부 4학년 재학
2024 2024년 교수인솔 해외교류 프로그램 & 공간디자인전공 동문회 해외탐방 ‘EWHA W.UNIV X HONGKONG PolyU <Kowloon Bay Regeneration> 참여
2025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학부 <이 작품을 주목한다>展
2025 EWHA X IKEA Design Workshop 2025 ‘Future of Retail Design’ 참여
2025 이화여자대학교 디자인학부 졸업전시 <Bold Split> 참여

제주도 위성지도의 짙은 녹음 속, 앙상한 콘크리트 골조만 남은 건물 군집을 발견했다. 버려진 자재와 잡초로 뒤덮인 그곳은 인적 없이 고요하고 삭막해, 영화 속 디스토피아를 연상시켰다. 그곳은 2000년대 초 정부 주도로 추진된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 프로젝트 ‘예래휴양형주거단지’와 ‘헬스케어타운’이었다. 한때 주목되었던 두 단지가 삭막한 풍경으로 남게 된 배경에는, 제주를 대한민국의 자유도시로 만들겠다던 ‘제주특별법’*과 기존 법의 충돌이 있었다. 예래단지는 개발을 명분으로 공공성을 침해했으며, 헬스케어타운은 일반법상 금지된 의료 영리화를 특별법에서는 예외적으로 허용하며 균열을 만들어냈다. 결국 특별법은 일반법 앞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고, 법이 지켜내지 못한 구조물은 끝내 완성되지 못한 채 제주에 회색 도시의 풍경으로 남아, 세월 속에 잠식되어가고 있었다.

법과 제도의 충돌로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 이곳은, 새로운 형태의 무인지대로 정의내린다. 제주도에서 마주한 이 풍경은 아마존이나 남극 같은 ‘자연적 무인지대’나 DMZ, 군함도 같은 ‘인공적 무인지대’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제도와 법의 충돌이 만들어낸 보이지 않는 경계는 일시적으로 사람이 없는 ‘사회 구조적’ 무인지대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는 언젠가 정상화되어 우리의 일상 속으로 다시 편입됨으로써 유인지대로 전환될 잠정적 성격을 지닌다. 제주의 사회구조적 무인지대는 우리 삶의 터전이 ‘법의 보호’ 아래에서 안전하게 존재하는지 되묻게 하며, 완전무결하다고 생각됐던 법이 모든 지역과 상황에 정답처럼 작용하지는 않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제주의 사례에서 나아가 한국 곳곳에서도 사회구조적 무인지대는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이렇게 사회구조적 무인지대는 심각성을 드러내다가도, 정상화가 이루어지면 금세 일상의 풍경 속에 묻혀 잊히곤 한다. 이러한 망각은 법이 우리를 제대로 보호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희석시키고, 유사한 오류를 되풀이할 위험을 낳는다.

리그리움은 이러한 과거의 실패를 기억하고 앞으로 제주도에 더 이상 사회구조적 무인지대가 생기지 않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세워진 온실형태의 기념비이다. 온실 속 식물은 콘크리트 건물 군집으로 인해 가려졌던 제주의 녹음을 되살리며, 동시에 상실을 겪은 존재들을 위로하고 그 상실들을 기억하는 상징이 된다. 온실은 예래단지(2015년~)와 헬스케어타운(2017년~)이 무인지대였던 시간만큼, 이 구역이 정상화되어 사람들이 다시 살게 된 시기까지 운영된다. 그리고 그 기간동안 방문객들은 온실 안에 화분을 이어 걸고, 풍성해져가는 온실을 바라보며 상실을 회복하는 경험을 함께 나눈다. 결국 ‘리그리움’은 제주가 경험한 사회구조적 무인지대를 기억하는 장치이자, 상실을 회복하는 공동체적 실천의 공간이다. 온실은 하나의 풍경을 넘어, 상실된 것들을 붙잡고 다시 자라나게 하는 기억의 장이 된다. 온실이 완성된 뒤에는 또 다른 상실의 자리를 찾아 나서는, 이동하는 기념비가 된다.

* 제주특별법 (정식명칭: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 정부가 자본과 인력의 국제적 이동을 보장하고 기업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제주도에 예외적으로 제정된 법

© <EWHA GIRLS' ART> OF EWHA GIRLS' HIGH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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