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후
이화여고 25년 졸업
<모델 2 >
스케일 1:100
폼보드, 라이싱지
2025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1학년 재학
(Module 1.2)
저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공동체를 위한 공간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주제로 잡고 3개의 건축물을 분석을 했습니다.
미술원의 구조는 19세기의 공동체와 닮았습니다. 미술원을 구성하는 4개의 과는 공통수업 외에는 마주칠 일이 거의 없는데, 이는 미술원이 팔랑스테르처럼 그 공간에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 다른 용도의 공간에 위치한 사람들끼리는 교류할 수 없는, 굉장히 체계적인 형태의 구성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모든 공간을 설계자가 정의내렸기 때문에 사용자에겐 자유가 없고, 그 용도조차 매우 세밀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공간을 오가며 생기는 우연적인 대화나 사건들이 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구역이 정해져있기에 생활하는 데에 있어선 효율적입니다.
각 과가 잘 마주치지 않는 또 다른 원인은 계단의 위치입니다. 미술원에는 4개 구역에 계단이 있는데, 각 과들이 사용하는 교실에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최단경로를 이용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경로 상으로도 마주칠 일이 거의 없습니다.
미술원의 각 구역들이 차단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 데에는 시각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중정을 가운데 둔 한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창 밖으로 보이는 미술원은 마치 별개의 건물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상적인 미술원의 구조는 현재의 장점인 효율성은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서로의 작업, 공간적으로 표현하면 각 과별로 작업이 이루어지는 층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구조입니다. 저는 현재 미술원의 형태를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 미술원의 구조 때문에 발생하는 19세기적인 공동체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싶었습니다. 19세기의 플랜과 비슷한 미술원의 1, 2, 3층 사이에 존재하는 중정이 20세기의 오픈플랜과 같은 역할을 한다면 두 시대의 플랜이 교차하여 SANAA가 제시한 것과는 다른 모습의 21세기 플랜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미술원의 구조에서 나타나는 획일화된 사람들의 행동, 동선을 다양화할 수 있는 오픈플랜 중정의 디자인에 대해 고민하다가 시에나의 캄포 광장을 레퍼런스로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캄포 광장은 폐쇄적이면서도 일관적인 건물들 사이에서 시민들이 휴식하는 일상적인 장소입니다. 구획화된 주변 건물들 사이 공간에서 사람들이 무작위적으로 섞이는 모습에 저는 캄포 광장이 마치 도시 속의 오픈플랜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캄포 광장의 특징 중 하나는 ‘완만한 경사’입니다. 여기서 경사는 사람들의 시선을 중심으로 모으는 역할도 하지만, ‘앉거나 누워서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메세지를 전달하기도 합니다. 저는 미술원 내부를 확장했을 때 각 교실이 캄포 광장을 둘러싼 건물이고 중정이 캄포 광장의 역할을 한다면 1, 2, 3층의 사람들이 어울려 소통하는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으면 광장에서 휴식을 하는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1층을 향할 것이고, 이를 통해 1층과 2층 사이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초기 디자인은 모든 층의 중정을 메꾸고, 그 사이에 광장을 각각 끼워넣는 형태였습니다. 하지만 조사를 계속하면서 캄포 광장을 이루고 있는 다른 요소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바로 광장을 둘러싼 ‘길’입니다. 평소에는 식당의 야외 테이블들이 길을 따라 늘어서 있지만, 승마 경기를 할 때나 투우를 할 때에는 관중석으로 감쪽같이 변하는 게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캄포 광장의 길이 매력적인 이유는, 단순히 도로의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소통하는 공간이고, 맥락에 따라 그 모습이 변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중정의 설계에 이러한 요소도 반영하고 싶었습니다.
3층에서 2층으로 내려가는 과정에서 마치 골목을 따라 캄포 광장을 지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고자 했습니다. 미술원의 가장 높은 층인 3층에서 2층으로 내려가는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2층, 1층의 모습을 모두 바라볼 수 있습니다. 또 길의 사이사이에는 조형예술과 학생들과 건축과 학생들, 미술이론과 학생들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작업 공간이 있습니다.
또 건축과의 스튜디오방들이 ‘맥락에 따라 변화하는 가게들’의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정 쪽의 벽면을 폴드업 윈도우로 만들어, 평소 수업을 할 때에는 닫혀 있다가 다양한 과가 섞여서 워크숍을 하거나 프로젝트를 할 때에는 창 올라가면서 건축과의 구역까지 중정이 확장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스튜디오방이 개방되었을 때 골목길의 공용 작업 공간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1층은 주로 전통예술원, 무용과가 사용하는데, 1층의 복도를 지나다보면 학생들이 사용하는 캐비닛이 줄지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배치는 공간을 비좁게 만들고, 동선에 불편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2층의 광장 밑의 공간이 캐비닛들을 수납하고, 레슨을 기다리는 학생들이 대기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를 했습니다.
제가 설계한 중정은 ‘규칙적인 흐름 속 우연이 일어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획일화되고 체계적인 공간에 오픈플랜이라는 이질적인 개념이 개입되어 사람들의 동선과 행위는 더 다양해지고, 서로 다른 층과 과 사이의 우연한 시선과 만남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중정은 하나의 광장을 이루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