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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연

이화여고 1학년 재학

<이세계(Another World)>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채색
53.1x65.3cm
2025년

suyeon__0913@naver.com
@sudye0n

이 작품은 현실의 인물이 자신의 이상적 세계의 속해 있는 주인공을 마주하는 작품이다.
그림 속 인물은 우리 학교 교복을 입고 있는데, 이는 현실에 존재하는 나 자신을 의미한다. 평소 나는 『빨간머리 앤』을 좋아하고, 그 속의 따뜻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동경해 왔다. 그래서 현실의 나와 상상 속 세계가 연결되는 순간을 한 장의 그림으로 담고 싶었다.
작품 속 현실 세계는 회색빛 건물들이 가득 모여 있는 도시의 풍경으로 그렸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색을 사용해 답답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표현했으며, 일정한 형태로 반복되는 건물들은 일상 속에서 느껴지는 지루함과 한계를 나타낸다. 이런 배경은 현실이 가지는 차가운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단조롭게 구성했다.
그에 반해 문 밖의 세계는 밝고 따뜻한 색감이 가득한 자연의 공간으로 표현했다. 푸른 하늘, 초록빛 들판, 책 속 중요한 상징인 초록 지붕 집 통해 평화롭고 생기 있는 분위기를 주었다. 이세계의 중심에는 빨간머리 앤이 서 있고, 그 앞에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나’는 앤을 마주한다. 이 장면은 현실의 나와 상상 속 인물이 처음 마주하는 순간을 상징하며,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열리는 지점을 보여준다.
그림의 구성에서 ‘문’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문은 단순한 공간의 통로가 아니라, 현실과 이세계, 즉 현재와 꿈을 이어주는 상징적인 존재다. 문을 여는 행동은 새로운 세계로의 이동이자, 현실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혹은 변화에 대한 열망을 나타낸다.
색채 표현에서도 두 세계의 차이를 뚜렷하게 나타내고자 했다. 현실은 회색, 갈색, 검정 등 탁하고 무거운 색을 사용해 차분하지만 답답한 느낌을 주었다. 반면 이세계는 밝은 초록, 노랑, 하늘색 계열의 색으로 구성하여 생동감과 따뜻함이 느껴지도록 했다. 이 색의 대비는 현실의 부정적인 분위기와 상상의 세계가 가진 긍정적인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구분하기 위한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현실 속에서도 다른 가능성을 꿈꾸는 마음이다. 우리는 모두 현실에 속해 있지만, 상상하거나 꿈꾸는 순간만큼은 또 다른 세계에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세계’는 바로 그런 마음의 표현이다. 현실은 때로는 어둡고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그 속에서도 스스로 문을 열고 나아간다면 새로운 시선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문만 그려진 작품은 <이세계〉와 이어지는 연작으로, ‘이세계로 통하는 문’을 중심으로 그린 작품이다.
〈이세계〉가 현실의 ‘나’가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순간을 표현했다면, 이번 작품 〈이 세계〉는 그 문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현실 속에서 다른 세계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표현했다.
그림에는 인물이나 다른 배경 없이 오직 문만이 화면의 중심에 있다. 이는 관람자가 문을 직접 마주했을 때, 그 너머의 세계를 스스로 상상하도록 하기 위한 구성이다. 이 문을 현실 속에 존재하지만 동시에 다른 세계로 이어질 수 있는 ‘경계의 문’으로 표현했다.
이 문에는 문고리가 없다. 겉으로는 열 수 없는 문처럼 보이지, 사실 이 문은 손으로 여는 문이 아니다.
이 문은 ‘마음으로 여는 문’이다. 현실에서는 볼 수 없지만 누구나 마음속 어딘가에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세계로 향하는 문이다. 외부의 힘이 아닌 자신의 내면에서 열 수 있는 문이라는 뜻이다. 이 작품은 현실이라는 공간 속에서도 상상과 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음을 표현하고자 했다. 닫혀 있는 문 앞에서 멈춰 서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문을 열고 한 걸음 나아가면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 세계〉는 그렇게 현실 속에 숨은 또 하나의 이세계, 즉 마음속 세계로 이어지는 통로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 <EWHA GIRLS' ART> OF EWHA GIRLS' HIGH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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